
서진목
바 수다의 주인이자 아버지의 오랜 친구예요. 말은 짧고 단정한데, 병마다 역사와 용어를 한 단락으로 짚어 주세요.
등장 글 21편

스택스 립 와인 셀러스 S.L.V. 카베르네 소비뇽 2008 (나파 밸리)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보르도를 꺾은 바로 그 밭, S.L.V.의 2008 빈티지. 그날 저녁 나는 이 와인을 — 50년 전 파리에서 S.L.V.에 2위로 밀려났던 — 무통 로칠드와 한 테이블에 놓고 마셨고, 4.5점만 남긴 채 한 줄도 쓰지 않았다.
S.L.V.는 'Stag's Leap Vineyard'의 머리글자다.

젤코바, 프리미엄 2013
경북 상주에서 산머루(한국 야생 포도)로 담근 와인 — 이 매거진에 처음 등장하는 한국 와인이다. 양조가 강창석이 샤르도네를 심었다가 2009년 동해(冬害)로 나무를 다 잃고 야생종으로 방향을 튼 끝에 만들어졌다. Vivino 26명 평균 3.7점, 내 점수는 4.0.
한국 와인의 첫 모델은 옮겨 심기였다.

세냐 2012
1995년 에두아르도 차드윅과 로버트 몬다비가 손잡고 만든 칠레의 첫 '아이콘 와인'. 2004년 베를린 테이스팅에서 같은 차드윅家 와인들이 프랑스 1등급들을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Vivino 1,412명 평균 4.5점, 나는 아내와 함께 마시며 4.5점을 줬다 — "이 맛에 올빈 먹죠"가 아니라 "잔향이 아직도 느껴집니다".
2012는 카베르네 소비뇽 52%, 카르메네르 23%, 메를로 12%, 말벡 7%, 프티 베르도 6%다.

마시, 코스타세라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2013
1772년 보스카이니 가문과 보날디 가문이 손잡으며 시작된 발폴리첼라의 명가. '코스타세라'는 밭이 자리한 가르다 호수 쪽 서향 비탈, '해 지는 쪽 비탈'이라는 뜻이다. Vivino 9,751명 평균 4.4점, 나는 4.5점을 줬다 — "화장 진한 농익은 여인의 느낌".
마시를 키운 건 1964년의 캄포피오린이다.

파트리치우스, 토카이 아수 6 푸토뇨스 2016
루이 14세가 '왕들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칭송했다고 전해지는 헝가리 토카이 아수. 1720년 세계 최초의 밭 등급 분류, 1737년 왕실 칙령으로 원산지 경계까지 획정됐다. Vivino 294명 평균 4.5점, 나는 4.0점을 줬다 — "티라미수랑 굿 매칭".
1720년 마톨라이가 밭 등급을 매겼고, 1737년 왕실 칙령이 토카이의 경계를 그었다.

산 마르자노, 탈로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 2017
1962년 19명의 포도 재배자가 뭉쳐 시작해 지금은 1,200명 넘는 조합원을 둔 풀리아의 협동조합 칸티네 산 마르자노. 프리미티보는 2001년 UC 데이비스 DNA 분석으로 미국 진판델과 같은 품종임이 밝혀진 그 포도다. Vivino 5,142명 평균 4.1점, 내 점수는 4.0.
칸티네 산 마르자노는 협동조합이다.

들라모트, 브뤼 샴페인 그랑 크뤼 '르 메닐쉬르오제' (NV)
1760년 랭스에서 창업해 상파뉴에서 여섯 번째로 오래된 하우스. 1988년부터 살롱과 한 지붕 아래 있는 '동생' 하우스로, 살롱이 등급 외로 판단한 해의 포도가 들라모트로 흘러간다. Vivino 14,308명 평균 3.9점, 나는 4.5점을 줬다 — "바삭 터지는 토스트 느낌이 기분 좋은 샴페인".
살롱은 코트 데 블랑 같은 밭의 샤르도네 100%로, 뛰어난 해에만 빈티지를 낸다.

토마시,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2015
1902년 자코모 토마시가 발폴리첼라 언덕에서 시작한 가족 와이너리가 1959년 첫 아마로네를 병입하며 85개국 수출길을 텄다. Vivino 19,112명 평균 4.3점, 내 첫 아마로네였던 이 병에 나는 4.5점을 줬다 — "베리류의 진한 잼을 먹는 느낌".
아마로네에는 전설이 있다.

몬테스, 알파 엠 2015
1988년 아우렐리오 몬테스 등이 세운 몬테스의 아이콘급 보르도 블렌드로, 1996년 칠레 최초의 '아이콘 와인'으로 출시됐다. Vivino 1,251명 평균 4.3점, 나는 3.5점을 줬다 — "딱 프리미엄 라인 정도"라고 적었다. 같은 날 샤토 몽페라 2016(3점)도 마셨다.
알파 엠은 카베르네 소비뇽 80%에 카베르네 프랑 10%, 메를로 5%, 프티 베르도 5%.

리지 빈야즈, 리튼 스프링스 2016
1976년 파리의 심판에서 몬테 벨로로 프랑스 보르도를 꺾은 폴 드레이퍼가 1972년 발견해 1991년 완전 인수한 올드바인 필드 블렌드 밭. Vivino 2,388명 평균 4.2점, 나는 12월 31일 한 해를 마무리하며 4.5점을 줬다 —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는 맛".
필드 블렌드는 나중에 섞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기르는 거다.

나탈레 베르가, 모스카토 다스티 (NV)
2000년 넘는 피에몬테 모스카토 재배 역사와 1898년 페데리코 마르티노티가 개발한 저온 탱크 발효법(샤르마 method) 위에 서 있는 논빈티지 모스카토 다스티. 롬바르디아의 카사 비니콜라 나탈레 베르가가 아스티 지역 포도로 병입한다. Vivino 643명 평균 4.0점, 나는 두 차례 마셔 4.5점씩 줬다.
모스카토 다스티의 가벼움은 발명품이다.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 데블스 컬렉션 레드 (레세르바) 2017
1883년경 돈 멜초르 콘차 이 토로가 도둑을 쫓으려 '악마가 산다'는 소문을 퍼뜨린 셀러 전설에서 이름을 딴 콘차 이 토로의 대중 브랜드. Vivino 13,780명 평균 3.9점, 나는 같은 날 프루노토와 함께 4점을 줬다 — "진한 초콜렛 수영장을 지나가는 느낌".
평론가 점수는 없다.

크루그 그랑드 퀴베 (NV)
1843년 독일 마인츠 출신 정육점 아들이 랭스에 차린 하우스. 10여 개 빈티지, 120여 개 와인을 매년 새로 블렌딩해 '그 해다운 맛' 대신 '크루그다운 맛'을 만든다. Vivino 39,670명 평균 4.6점, 내 점수는 5.0 — 여섯 번 마셔서 여섯 번 다 4.5 이상.
그랑드 퀴베는 빈티지가 아니라 '에디션'으로 나온다.

무아야르 코르통 샤를마뉴 그랑 크뤼 1997
코르통 언덕이 '샤를마뉴'라는 이름을 얻은 건 대제의 흰 수염에 붉은 와인이 묻는 걸 왕비가 못마땅해했다는 전승 때문이다. 22년 된 이 화이트 부르고뉴는 반쯤 착색된 코르크와 버터·마요네즈 같은 질감으로 나를 맞았다. 4.5점.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부르고뉴 화이트에는 '프리목스', 조기 산화가 유독 잦았다.

샤토 리외섹, 소테른 2010
디켐과 서쪽 담 하나를 사이에 둔 1855년 1등급. 1790년 수도사의 땅을 경매로 사들인 것이 시작이었고, 1984년 라피트 로칠드가 인수했다. 나는 4.5점을 줬고, 노트엔 이렇게 적었다 — 디켐보다 리외섹이 좋다.
리외섹은 주인이 여러 번 바뀐 샤토다.

클로 뒤 발 피노 누아 2016 (로스 카네로스)
색→향→맛→여운 순으로 가장 체계적으로 남긴 노트. Vivino 커뮤니티 키워드와 항목별로 대조해 보니 거의 그대로 겹쳤다. 4.0점.
파리의 심판에 나간 것은 이 피노 누아가 아니라 같은 집의 1972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샤토 디켐 2008
소테른의 정점, 파커 96점, Vivino 4.7점. 나는 2008에 4점, 1년 뒤 1988 빈티지에는 5점을 줬다 — 같은 샤토, 두 빈티지, 다른 점수.
디켐은 기준을 못 채운 해에는 '샤토 디켐'이라는 이름으로 병입하지 않는다.

샤토 무통 로칠드 2005 (포이약 1등급)
2005년 보르도, 무통은 수확의 64%만 골라 담아 20개월 새 오크에서 키웠다. 파커 97점·와인 스펙테이터 98점·디캔터 99점·젭 던눅 100점, Vivino 4.7점(3,272명). 라벨은 아르테 포베라의 주세페 페노네. 나는 이 병을 아직 열지 않았고, 무통의 다른 빈티지들에 남긴 내 점수로 대신 쓴다.
1855년 등급에서 무통은 2등급이었다.

뵈브 클리코 브뤼 옐로우 라벨 (까르트 존) NV
Vivino 평가 15만 건, 평균 4.3.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샴페인 중 하나에 나는 4.5를 줬다. 엿새 전 돔 페리뇽 2008에는 5점을 줬다.
옐로우 라벨은 논빈티지(NV)다.

알마비바 2016
로칠드와 콘차이토로가 함께 만드는 칠레의 '1등급'. 제임스 서클링 97점, 와인 스펙테이터 95점. 나는 6년 동안 세 번 마셨고 첫 노트는 딱 두 단어, '강한 후추'.
오퍼스 원이 나파에서 한 일을, 무통은 칠레에서 한 번 더 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리샤르 조프루아가 '기적의 해'라 부른 빈티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샤르도네·피노 누아 50:50. 내 첫 5점 샴페인. 평론가 22명 평균 96점, 세계 평균가 약 72만 원.
2008의 주인공은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