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수다 다니엘의 와인 노트

와인 이야기

부러진 코르크 — 무통 로칠드 1987을 34년 만에 열다

2021년 12월 5일, 캡슐 아래는 곰팡이투성이였고 코르크는 끝내 부러졌다. 그런데 잔에 남은 것은 34년이 무색한 색과 향이었다.

2021년 12월 5일 나는 샤토 무통 로칠드 1987을 열었고 5.0점을 줬다. 병을 딴 시점은 수확으로부터 34년, Vivino가 표시한 권장 음용 기간(1992~2010)이 끝나고도 11년이 지난 뒤였다. 캡슐을 벗기자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었고, 오프너를 넣자 코르크가 병 안에서 도는 것이 느껴졌으며, 마지막에 코르크는 부러졌다. 캡슐 아래 곰팡이는 습도 50~80%로 유지되는 셀러에서 흔한 현상이고 와인 자체와는 대체로 무관하다는 것이 와인 엔수지애스트의 설명이며, 실제로 경계해야 할 신호는 액면 저하와 코르크를 타고 새어나온 흔적(seepage)이다. 1987년은 8~9월이 덥고 건조했지만 10월 수확기에 폭우가 쏟아진 해로, 와인 셀러 인사이더는 이 빈티지에 82점, 더 와인 인디펜던트는 메독 83점을 매겼고, 무통 1987의 평론 점수는 로버트 파커 88점·와인 스펙테이터 89점에 머문다. Vivino 커뮤니티 평균은 1,206명 기준 4.5점이다. 나는 이 병에 5.0점을 줬고, 2026년 5월 15일 같은 1987을 다시 열어 또 5.0점을 줬다. 1987년 라벨은 스위스 화가 한스 에르니(1909~2015)가 그린 필리프 드 로칠드 남작의 초상으로, 남작은 이듬해 1월 세상을 떠났다.

곰팡이, 그리고 도는 코르크

내 노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호일 오픈하고 걱정이 많았다. 곰팡이가 엄청나게 많이 피어있었다. 오픈시 코르코 돌아가는게 느껴졌다.\n> 아,.. 열화 됬을것같은 느낌.. 식초를 먹게 될것 같은 느낌.." — 내 노트, 2021.12.5, 5점

지금 와서 보면 그 걱정의 절반은 안 해도 되는 것이었다. 캡슐 아래의 곰팡이는 오래 보관된 병에서 흔히 나오는 그림이다. 코르크가 마르지 않으려면 셀러 습도가 대략 50~80%로 유지돼야 하는데, 그 습도가 곰팡이 포자에게도 좋은 조건이 된다. 와인 엔수지애스트는 "코르크가 손상돼 병목 밖으로 밀려 나온 경우가 아니라면 와인은 만든 사람이 의도한 그대로일 것"이라고 정리한다. 곰팡이는 병 바깥의 문제이지 안쪽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작 봐야 할 신호는 따로 있다. 하나는 액면(ullage), 즉 어깨선까지 내려온 와인의 높이다. 올드 빈티지 경매에서 쓰는 기준으로 30년 넘은 병은 톱 숄더까지가 '좋음'에 들어간다. 다른 하나는 seepage — 코르크를 타고 와인이 새어나와 캡슐 밑이나 라벨을 적신 흔적이다. 이건 밀봉이 실제로 뚫렸다는 증거이므로 곰팡이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내 노트에 액면이나 누출에 대한 언급은 없다. 걱정거리는 곰팡이 쪽이었고, 그건 결과적으로 오해였다.

34년 된 코르크는 왜 부러지는가

코르크가 도는 느낌이 왔다는 건 이미 나사가 코르크를 물지 못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코르크는 세포벽 안에 갇힌 공기의 탄성으로 병목을 밀어내며 밀봉을 유지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 탄성이 줄고 조직이 푸석해진다. 와인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보르도의 일부 생산자들은 30년쯤마다 코르크를 갈아 끼울 것을 권한다. 1987년 병입에 2021년 개봉이면 34년, 그 권장 주기를 넘긴 코르크였다.

디캔터는 부서지는 주된 이유로 건조를 든다. 소믈리에 알렉상드르 프레갱의 설명대로 병을 세워서 오래 두면 코르크가 말라 "부서지기 쉬워지고 응집력을 잃는다". 잰시스 로빈슨은 오래된 병의 코르크가 부스러지는 것은 보관 상태와 무관하게 나이가 들수록 잦아지는 "실제적이고 흔한 문제"라고 쓴다. 위쪽 절반이 무너지거나, 아래쪽이 와인 속으로 떨어지거나, 나사를 넣는 순간 가운데가 가루가 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도구가 달라지는 지점이 여기다. 나사를 꽂지 않고 코르크와 병목 사이로 얇은 날 두 개를 밀어 넣어 비틀어 빼는 아소(Ah-So, 버틀러스 시프)가 첫 선택지다. 잰시스 로빈슨은 두 날 방식과 함께, 두 날에 나선을 결합한 두랑(Durand)을 부서지기 쉬운 코르크의 해법으로 든다. 디캔터도 두랑을 같은 맥락에서 언급한다. 일반 오프너라면 나사가 길고 가늘어야 하고, 관통시키지 말되 충분히 깊게 넣어야 한다.

부러진 다음에 한 일

내가 후회한 것도 정확히 그 지점이었다.

"오프너를 조심스레 올렸지만 마지막에 코르크 부러짐... 좀더 깊게 안 넣은 것을 무지 후회했다. 하지만 오프너를 다시 조심스럽게 넣어서 완전히 빼냈다.\n> 디캔터에 조심스럽게 옮기고 잔으로 다시 조심스럽게..잔에는 맑은 액체만 남았다." — 내 노트, 2021.12.5, 5점

부러진 코르크에 다시 나사를 넣는 것은 정석에 가깝다. 잰시스 로빈슨은 반쯤 부서진 코르크에는 길고 가는 나선을 비스듬히 넣어 보라고 권한다. 각도를 주면 나사가 남은 코르크의 두꺼운 쪽을 물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되면 남은 조각을 나무 숟가락 뒤 같은 것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병 안으로 밀어 넣고, 고운 체나 커피 필터·면포를 댄 깔때기로 걸러 디캔팅하라고 쓴다. 디캔터의 조언도 같다 — 얇은 천을 깔때기에 대고 부스러기를 거른 뒤 천천히 따르라는 것.

나는 조각을 병 안으로 밀어 넣지 않고 다시 빼내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은 디캔터, 그리고 잔. 노트에 세 번 반복되는 단어가 "조심스럽게"다. 34년 된 병에서 실제로 하는 일은 대부분 그것뿐이다. 결과는 한 문장으로 적혀 있다. 잔에는 맑은 액체만 남았다.

약한 빈티지에 준 5점, 그리고 두 번째 5점

1987년 보르도는 평판이 나쁜 해다. 8~9월은 덥고 건조했지만 10월 초 수확을 앞두고 폭우가 쏟아져 익은 포도가 희석됐다. 와인 셀러 인사이더는 82점을 주며 "붙들고 있을 이유도, 살 이유도 없다"고 썼고, 더 와인 인디펜던트는 메독 83점을 매겼다. 무통은 그 안에서 예외 취급을 받았다. 파커는 "빈티지 최고작이 확실해 보인다"고 했지만 점수는 88점, 와인 스펙테이터는 89점이다. Vivino 커뮤니티는 1,206명 평균 4.5점, 권장 음용 기간은 1992~2010년이다.

나는 그 창이 닫히고 11년이 지난 병에 5.0점을 줬다. 이유는 노트에 남아 있다.

"안쪽 색상도 가넷을 기대했지만 너무 건강한 색상이었다.\n> 3차 진한 숙성향이 일반올빈의 낙엽, 버섯느낌이 아니고 상쾌한 숲을 거니는듯한 매끄럽고 상쾌한 느낌이었다." — 내 노트, 2021.12.5, 5점

빈티지 점수는 그해 포도밭에 내린 비를 요약한 숫자다. 병 하나가 34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거기에 들어 있지 않다.

1987년 라벨은 스위스 화가 한스 에르니(1909~2015, 루체른 출생)가 그린 필리프 드 로칠드 남작의 초상으로, 무통 공식 설명은 이를 남작에게 바치는 "마지막 헌사"라고 쓴다. 1922년 스무 살에 무통을 맡은 남작은 1988년 1월 20일 여든다섯으로 세상을 떠났고, 1987은 그가 본 마지막 빈티지가 됐다. 그리고 2026년 5월 15일, 나는 같은 1987을 다시 열어 또 5.0점을 줬다. 그날은 노트를 남기지 않았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 2005 병 — 주세페 페노네 라벨, 2026년 9월 직접 촬영

샤토 무통 로칠드 2005 (포이약 1등급)

Château Mouton Rothschild 2005 · 시음 전 가이드 · Vivino 4.7

2005년 보르도, 무통은 수확의 64%만 골라 담아 20개월 새 오크에서 키웠다. 파커 97점·와인 스펙테이터 98점·디캔터 99점·젭 던눅 100점, Vivino 4.7점(3,272명). 라벨은 아르테 포베라의 주세페 페노네. 나는 이 병을 아직 열지 않았고, 무통의 다른 빈티지들에 남긴 내 점수로 대신 쓴다.

레드프랑스카베르네 소비뇽 85% · 메를로 14% · 카베르네 프랑 1%

FAQ

캡슐 아래 곰팡이는 와인이 상했다는 뜻인가요?

대체로 아닙니다. 코르크가 마르지 않도록 셀러 습도를 50~80%로 유지하면 곰팡이가 함께 생기며, 와인 엔수지애스트는 코르크가 손상돼 병목 밖으로 밀려 나온 경우가 아니라면 와인은 만든 사람이 의도한 상태 그대로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경고 신호는 곰팡이가 아니라 액면 저하와 코르크를 타고 새어나온 흔적(seepage)입니다.

30년 넘은 병은 어떤 오프너로 여는 게 좋나요?

코르크를 관통하지 않는 두 날 방식의 아소(Ah-So, 버틀러스 시프)나, 두 날과 나선을 결합한 두랑(Durand)이 권장됩니다. 잰시스 로빈슨과 디캔터 모두 부서지기 쉬운 오래된 코르크에 이 방식을 듭니다. 일반 오프너를 쓴다면 길고 가는 나선을 충분히 깊게, 단 관통하지는 않게 넣어야 합니다.

코르크가 부러지면 어떻게 하나요?

남은 조각에 길고 가는 나선을 비스듬히 다시 넣어 빼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입니다. 실패하면 조각을 병 안으로 아주 천천히 밀어 넣은 뒤, 고운 체나 커피 필터·면포를 댄 깔때기로 걸러 디캔팅합니다. 부스러기가 들어간 와인이 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질감을 해칩니다.

1987년 보르도는 어느 정도 빈티지인가요?

약한 해로 평가됩니다. 8~9월은 덥고 건조했지만 10월 초 수확기에 폭우가 내려 포도가 희석됐습니다. 와인 셀러 인사이더는 82점, 더 와인 인디펜던트는 메독 83점을 매겼습니다. 무통 1987은 그 안에서 최상위로 꼽히지만 평론 점수는 파커 88점·와인 스펙테이터 89점 수준이고, Vivino 평균은 1,206명 기준 4.5점입니다.

출처